꿈이 현실이 되다, 아이오닉9과의 첫 만남
2021년 LA 모터쇼, S E V E N 컨셉트카가 공개되었을 때부터 가슴은 두근거렸습니다. 미래지향적인 디자인과 혁신적인 공간 활용은 “아이오닉7”이라는 이름으로 현실이 될 거라는 기대감을 증폭시켰죠. 그리고 마침내, 2024년 11월 LA 오토쇼에서 아이오닉9라는 이름으로 양산형 모델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내연기관 시대에 팰리세이드가 있었다면, 전기차 시대에는 아이오닉9이 플래그십 SUV의 자리를 꿰찰 것이라는 예감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기다림 끝에 서울모빌리티쇼에서 아이오닉9 시승 프로그램 소식을 접하고, 망설임 없이 사전 예약을 했습니다. 전국 드라이빙 라운지의 주말 시승 스케줄은 이미 꽉 차 있었지만, 운 좋게 일산에서 아이오닉9을 만날 기회를 얻었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차에 올라 시동을 걸고 엑셀을 밟는 순간, 오랫동안 꿈꿔왔던 미래가 눈앞에 펼쳐지는 듯 했습니다. 아이오닉9은 단순히 이동 수단을 넘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는 존재였습니다.
아이오닉9, 디테일을 파헤치다
1. SEVEN 컨셉트카의 DNA, 유려한 외관 디자인
\아이오닉9의 첫인상은 강렬했습니다. S E V E N 컨셉트카의 디자인을 그대로 계승한 전면부는 현대차의 아이덴티티를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신형 팰리세이드와 비교했을 때, 직선보다는 곡선을 강조한 유려한 라인이 더욱 돋보입니다. 둥글둥글한 인상은 부드러우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주며,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더욱 강조합니다.
측면 디자인은 보트에서 영감을 받은 에어로 스태틱 실루엣을 적용하여 독특한 개성을 드러냅니다. 1열 유리가 생각보다 작아서 소형차 도어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반면, 2열부터 D필러까지 이어지는 넓은 유리는 시원한 개방감을 선사합니다. 루프라인은 2열까지 완만하게 이어지다가 3열부터 낮게 떨어지는 디자인으로, 날렵한 인상을 더합니다. 사진으로만 봤을 때는 차체 크기가 짐작이 가지 않았지만, 실제로 마주한 아이오닉9은 웅장한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5,060mm의 전장, 1,980mm의 전폭, 1,790mm의 전고, 그리고 3,130mm에 달하는 휠베이스는 넉넉한 공간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주행 성능을 기대하게 만듭니다. 팰리세이드에 비해 차체가 낮게 설계되어 승하차 시에도 훨씬 편리하게 느껴졌습니다.
2. 21인치 휠, 디자인은 아쉽지만 성능은 만족
시승 차량에는 285/45R21 미쉐린 프라이머시 투어 올 시즌 타이어와 21인치 알로이 휠이 장착되어 있었습니다. 21인치 휠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디자인이 평범해서 처음에는 19인치 휠이 장착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마치 하위 트림 휠과 유사한 디자인 때문에 고급스러운 느낌이 덜했습니다. 일반적으로 21인치 휠 하면 떠오르는 20스포크 타입의 "마차 휠" (캘리그래피 전용 휠) 과는 디자인 차이가 커서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물론 휠 디자인은 개인 취향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아이오닉9의 플래그십 SUV 이미지를 고려했을 때 조금 더 과감하고 세련된 디자인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타이어 성능 자체는 만족스러웠습니다. 올 시즌 타이어임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접지력을 제공하여 도심 주행과 고속 주행 모두에서 안정적인 주행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3. 호불호 갈리는 후면 디자인, 레트로 감성을 담다
마름모꼴을 형상화하고 아치형 스타일을 적용한 아이오닉9의 후면 디자인은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입니다. 일부에서는 장의차를 연상시킨다는 의견도 있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볼보 XC90 1세대를 떠올리게 하는 클래식한 매력이 느껴졌습니다. 파라메트릭 픽셀 타입의 램프는 레트로 감성을 자극하며, 리어 보조 제동등과 램프가 하나로 합쳐져 아치형 다리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디자인을 완성했습니다.
후면 디자인은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정돈된 느낌을 주며, 아이오닉9만의 독창적인 아이덴티티를 드러냅니다. 특히 파라메트릭 픽셀 램프는 야간 주행 시 더욱 돋보이며, 시선을 사로잡는 매력을 발산합니다. 물론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아쉬움을 느낄 수도 있지만, 아이오닉9의 후면 디자인은 과거와 미래를 잇는 현대적인 해석이라고 생각합니다.
4. 익숙하지만 편리한 실내 디자인, 디지털 경험 강화
아이오닉9의 실내 디자인은 익숙하면서도 편리한 구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최근 현대차 모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시보드 디자인은 투싼과 비슷한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도트 타입의 조명과 혼 커버 역시 싼타페에서 봤던 것과 동일하여 신선함은 다소 떨어집니다. 스티어링 휠 디자인 또한 현대 SUV 라인업에서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디자인이라 아쉬움이 남습니다.
하지만 전기차 특유의 입체적인 클러스터 디자인은 돋보입니다. 미니멀리즘과 심플함을 강조한 인터페이스는 운전자가 필요한 정보를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현대기아차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컬럼식 다이얼 시프트는 편리한 조작감을 제공하며, 쉬프트 레버 안쪽에 위치한 부팅 버튼은 깔끔한 디자인을 완성합니다. 정전식 터치가 적용된 공조 장치는 익숙함 그 자체이며, 통풍 시트 또한 터치스크린을 통해 간편하게 조작할 수 있습니다. ccNc가 적용된 12.3인치 디스플레이는 시인성이 뛰어나고 다양한 기능을 제공합니다. 또한, 블루링크 스토어를 통해 별도의 인터페이스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하여 사용자 편의성을 높였습니다.
5. 디지털 사이드미러와 디지털 센터미러, 미래지향적인 편의 기능
시승 차량에는 OLED 타입의 디지털 디스플레이와 사이드 카메라가 적용된 디지털 사이드미러가 장착되어 있었습니다. 평소 일반 사이드미러를 사용하는 운전자 입장에서 비 오는 날에는 유용할 것 같지만, 아직은 어색하고 불편하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센터미러는 패밀리카에 필수적인 기능이라고 생각합니다. 뒷좌석에 아이들이 타거나 짐이 많을 경우 후방 시야를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디지털 센터미러는 안전 운전에 큰 도움을 줍니다.
아이오닉9에 적용된 디지털 사이드미러와 디지털 센터미러는 미래지향적인 편의 기능을 제공하지만, 아직은 적응이 필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기술 발전과 함께 더욱 편리하고 안전한 기능으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6. 아쉬운 도어핸들, 고급감을 높여야 할 부분
아이오닉9의 차값에 어울리지 않게 도어핸들이 마티즈 도어핸들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이라는 점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팰리세이드도 비슷한 디자인을 사용하고 있지만, 플래그십 SUV인 아이오닉9에는 더욱 고급스럽고 세련된 디자인의 도어핸들이 적용되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도어트림 디자인은 원형을 모티브로 하여 독특하고 아름다운 느낌을 줍니다. 도어핸들 디자인은 아쉬웠지만, 도어트림 디자인은 만족스러웠습니다.
7. 6인승 시트, 넓고 편안한 실내 공간
시승 차량은 6인승 모델로, 그린/베이지 투톤 컬러의 시트가 적용되어 있었습니다. 밝은 색상의 시트는 화사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지만, 청바지 이염이 걱정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블랙 컬러의 시트를 선택하는 것이 관리 측면에서 유리할 것 같습니다. 뒷좌석 공간은 정말 넓었습니다. 넉넉한 레그룸과 헤드룸은 성인 남성이 탑승해도 불편함이 없을 정도입니다. 센터 콘솔의 깊이도 꽤 깊어서 다양한 물건을 수납할 수 있습니다. 무선 충전기는 1개만 제공되며, 컵홀더와 토글식 드라이브 모드 버튼이 센터 콘솔에 위치해 있습니다.
뒷좌석은 독립적인 공간을 제공하여 탑승자에게 편안한 휴식을 선사합니다. 특히 장거리 여행 시 뒷좌석 승객의 만족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8. 넓은 트렁크 공간과 프렁크,
차박 캠핑에 최적화
아이오닉9은 급속 충전을 지원하며, 전기 모터는 2륜 항속형 싱글 모터와 4륜 항속형/성능형 듀얼 모터로 구성됩니다. 배터리 제조사는 SK ON이며, 배터리 출력은 180kW (환산 출력 218마력)입니다. 시승 차량은 2륜 항속형 모델이라 싱글 모터가 탑재되어 있었습니다. 3열 시트 뒤쪽 공간도 꽤 넓고, 2열과 3열 시트를 폴딩하면 완벽한 차박 공간이 완성됩니다. 팰리세이드에 비해 트렁크 바닥이 낮아서 더욱 평평하게 느껴지며, 키 180cm인 제가 누워도 공간이 넉넉했습니다.
트렁크 공간 외에도 프렁크 공간이 제공되어 작은 짐을 보관하기에 유용합니다. 넓은 트렁크 공간과 프렁크 공간은 아이오닉9을 차박 캠핑에 최적화된 SUV로 만들어줍니다. 가족들과 함께 떠나는 캠핑 여행에 아이오닉9은 훌륭한 동반자가 될 것입니다.
아이오닉9, 미래를 향한 담대한 발걸음
40분이라는 짧은 시승 시간이었지만, 아이오닉9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킨텍스를 출발하여 자유로를 돌아오는 코스를 주행하면서 아이오닉9의 성능과 편의성을 직접 경험했습니다. 처음에는 동승 시승인 줄 알았지만, 비대면 시승으로 진행되어 더욱 자유롭게 아이오닉9을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아이오닉9은 2톤이 넘는 무게임에도 불구하고 날렵한 가속력을 보여줍니다. 특히 2륜 싱글 모터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뛰어난 가속 성능을 보여주어 놀라웠습니다. 에코 모드에서는 부드러운 승차감을 제공하며, 방지턱을 넘을 때도 충격을 잘 흡수해줍니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더욱 강력한 가속 성능을 발휘하며, 고속 주행 시에도 안정적인 주행감을 유지합니다.
아이오닉9의 제동 성능은 2톤이 넘는 덩치에도 불구하고 뛰어납니다. 현대 스마트 센스는 코너 구간을 인식하고 그래픽도 코너를 돌 때 함께 움직이는 등 놀라운 기술력을 보여줍니다. 반자율 주행 레벨은 이전 모델보다 훨씬 발전했습니다. 40분이라는 짧은 시승 시간이 아쉬워서 다음에 드라이빙 라운지를 통해 다시 한번 시승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땐 1시간 30분 동안 시승할 수 있고, 4륜 성능형 모델을 시승해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시승 차량은 2륜 항속형 프레스티지 트림, 6인승 모델로, 바이오 필릭 블루 펄 외장 색상에 천연 가죽 시트가 적용된 다크 틸/라이트 그레이 인테리어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풀옵션 모델이라 차량 가격은 8,343만원이지만, 보조금을 받으면 7천만원 후반대에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이오닉9은 플래그십 전기 SUV로서 뛰어난 성능과 편의성을 제공하지만, 가격은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친환경차 보조금을 활용하고 다양한 금융 상품을 이용하면 합리적인 가격으로 아이오닉9을 소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이오닉9은 단순히 차를 넘어 미래를 향한 담대한 발걸음입니다.